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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 만점 ‘철로자전거’ 즐기는 곳

우똘이 2009. 10. 2. 15:29

스릴 만점 ‘철로자전거’ 즐기는 곳




기차와 자전거는 낭만과 추억의 대명사다. 이 둘이 만나는 철로 자전거(레일 바이크)도 그렇다. 레일 위에서 논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체험의 시간. 여기에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상쾌함이 보태진다. 짧아서 더욱 아쉬운 가을을 느끼기에도 제격이다. 철로 자전거는 현재 경북 문경과 전남 곡성, 이 두 곳에서만 탈 수 있다.

#경북 문경(진남역)

문경은 한때 국내 석탄 생산량의 13%를 캐냈던 곳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석탄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이 폐광되더니 사람들이 썰물처럼 떠나갔다. 지난 2000년 석탄을 실어날랐던 가은선은 결국 폐선이 됐다. 흉물스럽게 방치되던 녹슨 선로가 다시 반짝거리게 된 것은 지난 4월. 폐선로에 기차 대신 철로 자전거가 놓였다. 역무원도 없는 ‘간이역’이 추억을 만들려는 사람들로 주말마다 북적댄다.

철로 자전거 체험 구간은 진남역에서 석현터널까지 다녀오는 왕복 2.5㎞ 코스. 특수제작된 자전거에는 4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2명은 양쪽에서 페달을 밟고 나머지는 그 중간에 앉아있으면 된다.

출발은 약간 오르막이다. 자전거에 장착된 3단 기어를 1단에 놓고 출발한다. 맞바람이 불어와 페달에서 묵직한 느낌이 전해온다. 그렇다고 큰 힘이 드는 것은 아니다. 페달밟기는 금방 익숙해진다. 자전거가 탄력을 받아 사뿐히 전진하면 시선은 자연스레 주변으로 옮겨간다. 자전거 탈선의 위험이 없으니 엉덩이만 좌석에 붙이고 눈은 아무데나 두어도 상관없다.

자전거는 출발한 지 2분쯤 지나자 철교 위로 들어선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한다. 시원하다. 몸이 움찔하기도 한다. 철교의 높이는 20m가 족히 넘어 벼랑 위에 올라 있는 듯하다.

주변의 풍경도 빼어나다. 발 밑으로 영강의 물줄기가 ‘S’자로 굽이친다. 강변의 기암괴석·층암절벽이 하늘로 치솟아 있다. ‘경북 팔경’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진남교반의 경치다. 철교 저 너머로 석현터널이 자전거를 기다리고, 터널 위로는 고모산성이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자전거의 최대속도는 시속 30㎞쯤. 제법 속도감이 느껴진다. ‘과속’이라 생각되면 좌석 옆에 창작된 브레이크를 잡아준다. 탈선사고? 자전거에 주행용 바퀴 외에 레일 이탈방지용 보조바퀴가 설치돼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석현터널에 이르면 자전거의 주행 방향을 돌려야 한다. 회차지, 회차시설은 따로 없다. 번거롭지만 60㎏의 자전거를 손수 양쪽에서 들어 위치를 바꿔야 한다. 2.5㎞ 구간을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남짓. 내년 봄에는 더 긴 시간을 탈 수 있다. 문경시청에서 진남역~가은역까지 9.6㎞ 구간의 자전거코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전남 곡성(곡성 철도공원)

1999년 전라선 철도 개량공사로 당시 곡성역과 압록역을 잇던 구간이 직선화됐다. 구불구불 이어지던 이전 철로와 역(옛 곡성역)은 관광자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곡성군청이 이 공간을 철도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철로 자전거는 이 철도공원 안에 갖춰져 있다. 주행길이는 300m로, 그리 길지 않다. 공원 내에서만 왔다갔다 하며 타야 하는 것도 아쉽다. 그래도 철로 주변에 활짝 핀 코스모스가 탑승객을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자전거는 4인용 6대가 준비돼 있다. 처음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어렵거나 위험하지 않다.

사실, 철도공원에서 자전거보다 더 유명한 것은 미니기차다. 달랑 한칸짜리 초소형 기차를 타고 자연경관이 수려한 섬진강변을 드라이브할 수 있어 인기다. 구 곡성역에서 간이역인 가정역까지 9㎞를 왕복 운행한다. 거북이 등에 올라 타 유람하는 듯 느릿느릿 달려 1시간10분 걸린다. 내년 봄에는 미니기차 대신 증기기관차(150인승)가 이 철로 위를 달린다고 한다.

이곳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람객들이 더욱 많아졌다. 피난열차를 타려 갔다가 가족이 헤어지게 된 대구역사 장면이다.

》진남역 가는 길

수도권에서 간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IC에서 빠진다. 3번 국도를 타고 수안보를 지나 문경(점촌) 방면으로 간다. 충주와 문경의 경계인 이화령 터널을 빠져 나와 15분쯤 더 가면 문경 마성면. 진남휴게소가 보이면 좌회전해서 들어간다. 휴게소 앞쪽으로 점촌가는 구길이 나 있는데 5분쯤 가면 진남역이다. 자전거는 토·일요일·공휴일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탈 수 있는데 타려는 사람이 많아 장시간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미리 승차 신청을 하고 대기시간을 이용해 인근의 석탄박물관, 문경관광사격장 등을 다녀오는 것도 방법이다. 문경새재, 드라마 ‘태조왕건’ 세트장도 문경의 이름난 관광지. 귀로에는 문경온천에 들러도 좋겠다. 문경시청 창업지원과 (054)550-6375.

》곡성 철도공원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곡성IC에서 나와 순천방면 27번 국도로 잠시 접어들었다가 곡성·남원방면 60번 지방도로 갈아탄다. 읍내리 큰 4거리에서 구례 쪽으로 우회전하면 옛 곡성역, 철도공원이 나온다. 철로 자전거는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아무 때나 타볼 수 있으며 무료다. 미니기차는 10월말까지 토·일요일, 공휴일에 하루 4차례 운행한다. 공원 인근의 가정리에는 강바람을 맞으며 섬진강변을 달리는 자전거 투어 코스가 꾸며져 있다. 곡성군 관광개발사업단 (061)360-8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