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자연

아홉번 의 종소리 경반사

우똘이 2006. 1. 26. 19:36

글 : 이태열(master@4wd.co.kr) 2005-01-09
Home Page : www.4wd.co.kr
시승협조 : 쌍용자동차 홍보팀

오프로드 난이도 -

노면 : 전체적으로 별2 이며, 승용차는 진행 불가.
차체긁힘 : 별1(긁힘 전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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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앞을 분간 하기 어려운 짙은 안개속을 헤메인다.
아스라이 안개가 시야를 가리지 못하는 지근거리의 눈 앞에 대충 쇠로 만든 듯한 종이 보이고, 그 종 너머로는 일부러 꾸민듯한 아담한 소에 떨어지는 옥류들의 재잘거림.

순간 무릉도원을 온듯한 착각속에 종을 한번 울려 본다..."뎅~~~~"

그리고 눈을 뜨면 현실
그다지 기억력이 좋지 않은 필자의 기억속에 그려진 어느 오프로드 여정중의 한 풍경이다.

그곳이 어디인자....
도대체 어느곳인지 여러번을 알아보다가 필자의 기억력만을 탓하며 마음 놓아 버인 횟수도 꽤 된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물어도(그들도 분명 필자와 동행 했을 터..ㅠ.ㅠ) 그들 역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뿐.

그렇게 종소리 속의 오프로드는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았었다.

한가한 일요일 동대문 헌책방을 뒤지던 필자에게 98년경에 발행된 오지여행 책이 하나 들어 온다.
(사알~~짝 공개하면 오래된 여행 책자를 뒤지면 가끔 주옥 같은 오프로드를 찾는다.)
불과 몇장을 스윽 넘기던 필자의 눈에 화~~~악 들어 온것은?

경기도 가평의 경반사. 그리고 종!

과음후에 끓긴 필름처럼 연결이 안되던 부분이 필름이 이어지는 순간이다.

경반사는 마침 액티언 시승기를 겸한 가평인근에 위치한다.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액티언과 함께 경반사에 염치없게 복이나 빌어 볼 요량으로 액셀을 밟는 우측발에 힘을 넣는다.

계관산 코스취재를 마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급한 마음을 아는 듯, 다소 과속을 하는 상항에서도 액티언은 경쾌하게 필자의 의지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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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반사를 들어가는 코스는 2가지 이다. 하나는 가평군청의 뒤로 난 천주교성당길을 이용 하는 것이고, 하나는 용추계곡 입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자를 선택하는 것이 빠른길이지만 필자의 머릿속에는 후자의 길이 익숙 하기에, 가평읍에서 북면쪽의 75번국도를 선택 한다.(좌측 사진)

가평읍을 채 벗어나기 전에 "승안삼거리"에서 "용추/승안리" 방면으로 좌회전 한다. 길이 혼잡 해서 자칫 놓치기 쉬우므로 주의를 기울 인다. 좌회전 후에 부대의 담을 끼고 주행 하다가 부대 정문을 만나면 경반리 방면으로 좌회전.

큰 그림을 보시려면 클릭! 좌회전 이 끝나면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고 다시 부대 정문이 있는 갈림길이다.( 사진의 플레어는 필자의 성의가 없음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양해를 구한다 ㅠ.ㅠ). 이 부대에서 좌측길을 따라 진행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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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마을등의 갈림길에서는 "이길 같다.." 하는 느낌으로, 대충 북쪽 방면으로만 방향을 잡으면 길을 잃을 일이 없다. (필자가 가끔씩 애매모호하게 표현 하는 갈림길은 심각하지 않은 갈림길이다. 그저 감각으로 산으로 향하거나 깊숙히 들어 가는 길로만 가면 된다)

처음의 국도 갈림길에서 약 5분정도 주행 하면, 길은 얇게 눈이 깔린 시멘트도로로 바뀌고, 길의 머리는 산속으로 뻗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적한 농가의 풍경과 차분하게 갈아 앉은 겨울농촌을 보며 흔들리는 차체에 몸을 맡기면 "경반산장"을 지나 면서 오프로드가 시작 된다.("경반산장"은 산속의 산장이 아니라 펜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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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골짜기 마다 너무도 흔해져 버린 펜션들. 하지만 황토펜션은 시선을 잡아 끈다.

점점더 산속으로 인도 하는 오프로드를 따라 가노라면 어느 덧 마을은 없어지고, 펜션들이 모인곳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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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할까 싶었던 오프로드에 정신을 번쩍 들게한 얼음 함정 ^^

폐교가 된 경반분교(펜션으로 되어 있음)를 지나면 첫 번째 개울을 만난다.
이런 개울이 있었던가?
잠시 기억을 살려 보려 하지만 아예 뭉그러 버린 기억세포 ㅠ.ㅠ
( 이 펜션의 위쪽 계곡도 상당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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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넓어 보이는 도강코스.
며칠간의 강추위로 단단하게 얼었으리라 예측 하고, 성급히 액티언을 들이데니 그만...
"와지직~~!" 하며 얼음이 갈라지며 운전석 앞바퀴가 얼음을 깨고 물속으로 주저 앉았다.

전진을 해도 높은 턱을 올라타지 못하고 후진을 해도 마찬가지로 애꿎은 뒷바퀴만 돈다.
깜빡 잊고 그대로 둔 ESP도 작동을 하면서 "드드드득~~~!"
ESP를 off 하고 잠시 상황을 보기로 했다. 촬영도 겸하고 -.-

그냥 술렁술렁가서는 탈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답은 한가지. 관성의 법칙을 이용한 탄성.
지나가던 길손이 이를 지켜보며 안타깝다는 듯, 한편으로는 고소 하다는 듯 ㅠ.ㅠ 팔짱을 끼고 지켜 본다.
차를 약간 뒤로 물린 후에 속도를 붙이며 그대로 액셀레이팅.
뭐 당연히 빠져 나온다. 이정도야 재미를 보태 주는 양념거리 뿐. *-.^*
(조금 더 고생했으면 하는 표정이 역력한 그 길손분....빙긋히 웃으시며 갈길을 가신다)

큰 그림을 보시려면 클릭! 앞으로 몇 번이나 있을지 모르고 얼마나 험해 질지 모르는 가벼운 긴장감을 가지고 주행하다 보니 제법 넓은 광장이 나온다. 여름철에 4륜구동이 아닌 차량들은 이곳에서 주차도 하고 야영 및 캠핑을 하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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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당도 한 곳은 2번째 개울. 물높이로 쌓아 올린 돌들의 밑으로 흘러가는 물소리가 꽤나 크게 들리는 곳. 건너편 언덕은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시 한번 마음의 준비를 하고 휙 지나 가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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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언의 엉덩이를 밀치며 드러난 경반계곡

우측의 물기 잃은 나뭇잎과 그 나무의 뿌리를 감싸 돌며 얼어 버린 작은 얼음벽이 너무도 눈길을 끈다.
역시나 한번에 통과를 하지 않은 덕분에 후진해서 탄력을 받아야 했지만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계곡을 볼수 있었다

이번 출장길에는 조금 야시시한 일들이......죽은 멧돼지를 본것도 개운치는 않았는데...
(이거 남살스러워서 공개를 할까 말까 하다가 가십거리로 몇줄쓰니 재미로만 읽어 주시길.)

사진을 찍으려고 LCD를 볼때는 사진 정중앙에서 7시방향의 튀어나온 바위 부분에 분명 빨간쉐타와 파란색 치마를 입은 입은 여성 한분이 앉아 있었다. 상당히 낡은 쉐타인 것 가지 구분할 정도로 멀지 않은 거리.
마침 보조피사체로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에 셔터를 누르고 얼굴을 들어보니....없다....방금 찍은 사진을 리뷰로 보니....없다....
당시는 착각 내지는 빠르다는 생각만 갖고 3,4번째 개울을 건너 산등성이(조 아래 사진)를 넘어 가는데, 길에서 약 10m 떨어진 우측 산의 나무 아래 나무 밑에 예의 그 옷이 다시 보이는데 그냥 서서 아래 길만 쳐다 본다.
"지름길로 왔나 보군" 하는 생각으로 최종 목적지 까지 취재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길.

조금 전 본 여자를 본 산등성이를 힐끗 보고 지나친 후 이 개울을 지나 간다.
불현 듯. 섬뜻한 느낌과 함께 쭈뼛해진 머리칼.

그 산등성이에서 여기 까지는 차로도 10분거리. 아무리 지름길이 있다 치더라도, 그리고 실제 그런 지름길이 있기가 어려운 거의 한방향으로 뻗은 길인데 어찌 그리 빨랐을꼬?

........*&^%$(#......아 놔.....ㅠ.ㅠ......경반사에서 영가천도를 많이 한다고 하던데....

사이드미러나 룸미러에 일부러 시선을 주지 않고 그냥 내뺐다....민가까지...

PS : 참고로...이 산등성이들을 이어가는 명지산과 연인산은 낮에 출몰하는 영가들로 TV방송까지 나온 기억이 생생 하다. 의심스러우시다면 네이버에서 "명지산 귀목봉 귀신"등으로 감색해 보시라.... ..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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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와 4번째 개울

3번째 개울을 지난다. 얼음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 보면 겨울임에도 상당한 수량이 흘러 가고 있다.
여름에는 꽤 많은 깊이의 도강 코스가 될 것이다(인터넷에서 여름사진을 뒤젼 본 결과 비온 후에는 길 조차도 개울로 변한다)

4번째 개울에서는 조금더 주의를 기울인다. 약 10m폭의 개울이 살짝 하류로 경사가 지면서 전체가 스케이트장을 방불케 하는 얼음판이다.
내려서 확인 해 보니, 하류쪽으로의 경사가 급하지 않아서 미끄러져 내려갈 염려는 없어 보이지만 유비무환!
이런곳은 속도 그대로, 미처 미끄러질 사이도 없이 "휙!" 하고 지나 치는 것이 요령이다.
그래도 자신이 없다면 타이어공기를 조금 빼 주는 것도 요령이다(타이어가 1cm정도 주저 앉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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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의 개울(5번째)를 더 지나면 잠시 오르막길을 만난다. 산등성이를 돌아 저 멀리 보이는 산 꼭대기 까지 갈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길을 재촉한다. 산등성이를 돌며 갑작스레 펼쳐지는 하얀 선 하나가 눈에 꽂힌다. 길의 품새로 보아 임도가 확실해 보이지만, 어쨌든 잘하면 정상까지 갈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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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곳이다!
불투명한 비닐을 한겹 씌운 듯, 기억 속에 아련히 떠오르던 종의 모습이다.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다소 희끗희끗한 머리로 그 자리에 다시 선 필자지만 종에는 세월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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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아래로 보이는 암자가 경반사.
경반계곡은 가평군 일대의 계곡들에 비해 수량이나 풍광이 빠지지 않는데도 인근 용추계곡에 가려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경반계곡이 있는 경반리 마을을 지나 용추계곡의 발원지인 칼봉계곡이 뻗어 있는데 이 역시도 인기있는 피서지는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용추계곡이 그만큼 빼어난 미모를 갖고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하지만 걍반계곡의 풍부한 수량과 아기자기한 바위는 서울 근교에서 손꼽을 만한 아름다운 계곡으로 평가 하고 싶다. 거울처럼 비친다는 뜻의 이름에서 느껴지듯 경반리 마을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마을. 수정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마을과 계곡을 적시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반사 앞에는 상당한 깊이의 소를 가진 작은 폭포도 있어서 한여름에도 추위를 느낄정도라 한다.
자자한 명성으로 복작거리는 용추계곡을 피해 이곳 경반사에서의 한여름 피서도 적극 추천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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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반사 왼쪽의 막힌 임도와 한여름의 수락폭포

사진의 좌측은 경반사를 끼고 가는 임도. 조금 전 언덕에서 보았던 임도로 연결되는 길이지만 애석하게도 막혀 있다. 비록 막혀서 진행은 못하였지만 이 임도는 연인산정상으로 통하여 백둔이나 "비급로드"로 알려진 마일리로 이어진다. 이 임도를 따라 약 10분정도 걸으면 수락폭포를 만난다.(사진의 중앙). 길이 40m에 폭 6m정도의 수락 폭포는 한여름이면 아무리 가물어도 쏟아지는 물줄기가 사정없이 절벽의 바위들을 깍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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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에 걸쳐 세 번씩, 총 9번의 종을 울리고 마음껏 소리 한번 지른 후 크게 웃으면
번뇌가 사라진다고 설명하는 경반사의 종.
이 자연 속에서 웃고 소리지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는 물러날 것 같다.

경반사는 다른 암자와는 다르게 독특한 점이 있다.
봄부터는 누구나 주인이 된다.
즉, 암자를 지키는 분이 없어도 어딘가에 걸려있는 열쇠를 가지고 자기 먹을것만 가지고 오면 하루를 염불하고 가도 좋다는 뜻이다. 염불에 마음이 없으면 장작이라도 패고 가면 그뿐. 혹자에 따르면 등산 중에, 빈암자의 주방에 들어갔었는데, "라면을 마음껏 끓여 드시고 가시라는 안내"가 있었다고 한다.

"누구나 먼저 오는 사람이 주인이고 나중에 오는 사람이 손님이 되는 곳.
주인이 되어 대접을 하여도 좋고 손님이 되어 물한잔 대접받아도 진수정찬보다 더 풍요로운 마음을 느낄수 있는 곳."

이렇게 경반합장 께서는 설명을 하신다.(필자가 갔을 때는 빈 암자 였다)

또 이 암자는 암자에서 해뜨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오며 가는 나그네에게 물한잔 뿐이 아니라 한끼 대접도 한다는 소문도 꽤 들었으며, 절의 이곳저곳에 잇는 안내문에서 암자의 넉넉한 인심을 읽을 수 있었다.

추억의 저 깊숙히 자리잡았던 경반사. 길손에게 대접 할 것은 물 한잔이 주 이겠지만 넉넉한 마음을 읽기에는 충분 하였다.

추억속의 종소리를 따라 온 경반사.

그 넉넉하고 여유로운 암자의 정물들과 함께 경반사는 잊혀지지 않을 자리에 기억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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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용추계곡의 인공 설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