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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추억을 일깨우는 소박한 아름다움

우똘이 2006. 6. 10. 13:45

 

사람은 어릴적 순수함을 완전히 망각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럴때 사람은 때로는 참으로 무심하고 이기적인 동물이 되는 것이다.

 

주차장에 덩그러니 심어 놓은 감나무 한 그루.

나는 그 감나무를 보면서 언제나 감이 익어 따 먹을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만 하면서 무심코 지나

치곤 했다.

그러다가 "감이 얼마나 컸지?"하고 무심코 감잎 사이를 들여다보다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무성한 감잎 사이로 주렁주렁 피어 있는 팝콘같은 모양의 소박한 감꽃.

화사함이나 향기는 없을지언정 그 은은한 아름다움이여!

 

감꽃은 피어 있더라도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무성하고 너른 감잎 뒤에 숨죽여 피어 있다

가 감꽃이 땅에 떨어져 나뒹굴어야 그때 비로소 알아차린다.

 

문득 어릴적 생각이 난다.

마을의 감나무는 감꽃이 떨어질 무렵이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감꽃을 주워 명주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다가 걸고 온 동네를 헤집고 다나다가 배가

고파지면 감꽃을 하나 하나 떼어내 먹곤하던...

감꽃 맛은 처음에는 떨떠름하지만 자꾸 씹으면 나중에는 단맛이 배어나온다.

 

어릴적 순수했던 시절을 완전히 망각하고 살아가다가 무심코 발견한 감꽃에서 어릴적 아련한

기억을 떠올려 본다.

지금 아이들은 감꽃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당장 우리 아이들부터 감꽃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가르쳐야 겠다.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훗날엔 무엇을 셀지 몰라

 

김준태님의 "감꽃"이라는 시 입니다.

 

어릴적 순수함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너무나 극명하게 표현 했습니다.

어찌보면 너무나 솔직해서 당황을 할 정도입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지금의 저의 변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서글픔을 느낍니다

 

그렇지요.

돈을 세던 손으로 이제는 감꽃을 셀 순 없겠지요.

배고픈 날 가만가만 주워먹던 꽃.

그것은 배고픈 꽃.

배고픈 우리곁에서 말없이 수줍게 숨어 피던 꽃.

침 발라가며 돈을 세는 탐욕스런 눈으로

감꽃 너머 새파란 하늘을 바라볼 순 없겠지요

 

그럼 나는 앞으로 무엇을 세려 하는가

죽는 그 날까지 돈만 셀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은 전쟁터에서 죽은 병사의 머리를 세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

감꽃이 지기 전에

다만 하루만이라도

산너머 저쪽 순수의 마을에서 하룻밤 묵어가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