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역 승객들의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
도시 전체가 갤러리다 ②… 옥수역
종교란 무엇인가 정의하고 있는 어떤 책에는 인상깊은 구절이 하나 있다. 그것이 종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상 - 특히 기독교의 경우 - 일상생활의 공간 속에 종교만이 차지하는 공간을 하나 더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즉 종교라는 것은 속(俗)의 영역 속에 성(聖)의 공간을 끼워 넣음으로써, 그 두 개의 영역이 각각 분리된 채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종교에 대한 굉장히 신선한 정의였다. 다시말해 종교는 하늘이고, 일상은 땅인 채 달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은 각기 같은 공간에 있되 쉽사리 섞일 수 없다는 것이다. 2007년부터 서울시는 도시갤러리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일상생활 영역 속에 디자인과 예술공간을 만들어 넣어, 두 영역이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는지, 더불어 그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형상을 맺는지 시도해 왔다. 그 첫 번째 시도가 지하철 3호선 옥수역에서 시작되었는데, 바로「옥수역; 함께 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스트라이프;속도」, 「Bar Code : 빛의 문」,「門의 풍경」, 「화분」, 이렇게 총 4개의 공공미술이 옥외 조형물로, 혹은 역사 내 설치 조형물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프로젝트 시작 후 3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옥수역의 명물로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옥수역을 삶의 공간으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이같은 공공미술의 도입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처음에는 조형물과 역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질감에서 터져나오는 독특한 매력이 바로 디자인의 본질이라 믿기 시작했고, 나아가 더 새로운 시도를 하게끔 수 많은 영감을 매일 받고 있다. 간간이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도 그러한 인상은 똑같이 다가온다. 평소 옥수역 주변을 종종 찾는 박정균(남, 28)씨도 그런 시민들 중 한 명이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바로 옥수역 건너편 아파트에 살았었죠. 그래서 정말 시간날 때마다 여기를 종종 찾는 편인데요. 몇 년 전에 역 근처 여기저기에 좀 튀는 색깔의 모형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게 뭔가 싶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꼭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참 괴기스러웠는데, 요즘에는 이게 옥수역의 대표 아이템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다른 사람들도 지나가면서 유심히 좀 보고, 무엇보다 깨끗하게 보관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도시갤러리프로젝트의 첫 단추였던 옥수역 프로젝트; 함께 타는 공공미술은 일상생활 속에 독자적인 공간을 차지하는데 성공했고, 나아가 그 공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가 시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읽혀지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공공디자인이나 공공미술을 지향할 때, 작은 시도의 일환으로 작은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이나, 역 전체를 4명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각기 다른 색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성공이라 평가된다. 시민들이 눈여겨봐야 할 것은 여기에 설치된 모형이나 색깔들이 옳은가 그른가, 어울리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날카롭게 생각해야 함도 있으나, 이러한 영역 파괴가 개개인의 일상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와 그 즐거운 변화를 상상하는 것이 서울 시민들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
1) 門의 풍경
2) Bar Code : 빛의 문
3) 화분
4) 스트라이프; 속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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